서울행정법원(제6부, 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은 금일 동성부부인 소성욱,김용민씨가 제기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소송에서, 동성 간 생활공동체를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은 원고들이 서로를 반려인으로 삼아 공동생활을 하고 있고 가족과 친지 앞에서 의식도 치뤘으며 경제적으로 협조하며 부양 관계에 있어서 외견상 부부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우리 법에서 사실혼이란 혼인의사의 합치와 혼인의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혼인이란 민법과 대법원, 헌재 판례에 비추어 남녀간의 결합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동성 간 결합은 혼인이 아니므로 사실혼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외국에서 동성혼이나 동성동반자를 인정하는 등 동성혼을 사생활의 자유 측면에서 인정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동성혼 인정여부는 개별 국가의 사회적 수요나 합의의 문제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해석을 통하여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동성간 결합이 이성간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다르게 취급한다고 하여서 헌법의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당하다.

첫째,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우리 민법은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정의한 바가 없으며, 동성간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해석을 통하여 혼인의 정의를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모든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해석이다.

또한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동성혼 인정 여부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판단한 바가 없다. 혼인은 남녀간의 결합을 의미하므로, 동성 커플은 혼인의 의사나 혼인의 실체가 없다는 논리는, 순환논리의 오류에 불과하며, 혼인이 왜 남녀간의 결합 만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실질적 근거도 없다.

둘째, 동성 간의 결합을 남녀 간의 결합과 다르게 보는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2017년 대만,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경우와 같이, 이미 다수의 국가에서 사법부를 통하여, 혼인제도를 남녀 간의 결합 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각국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동성 간의 결합과 남녀 간의 결합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성 간의 결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다.

셋째, 많은 국가의 법원이 동성부부의 권리를 해석을 통하여 보호해왔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소수에 해당하고 차별을 받아온 집단의 경우에는, 헌법상 평등원칙을 강하게 적용해야 하는 심사기준이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에서 사법부를 통하여 동성혼이 법제화 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는 소수자 인권 옹호의 최후의 보루로서 책임과 권한이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소수자 인권 옹호의 의무를 방기하였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소수자 인권 옹호의 의무를 방기하고, 혼인의 의미에 대하여 실질적인 근거 없이 무성의하고 안일하게 판단한 이번 판결에 대하여 강력하게 규탄하며, 법원의 시대착오적인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평등한 권리,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을 하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위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지연된 정의를 앞당기기 위하여,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2022. 1. 7.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