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단은 원고 소성욱과 배우자 김용민 두 사람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 원고는 배우자와 2017년부터 결혼을 염두에두고 동거를 시작하여, 2019년에는 300여명의 가족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아플 때 서로를 간호하고, 함께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 대출이자, 적금 등을 나누어 분담하고, 한명이 일을 하지 못할 때 다른 한명이 그를 부양하는 이들은 부부로서, 서로의 배우자로서 노년을 준비하며 함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삶은 여타의 법률혼을 한 이성 부부와 다를바가 없다.
그럼에도 법원은 단지 원고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사실혼 관계조차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판결이다. 사회보장제도는 그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보장이 되는 사실혼 부부의 범위를 달리 설정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쟁점인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전 국민의 의료보장’이라는 목표 하에 지금껏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피부양자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형식적인 법적 지위 보다는 실질적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동거조건이나 부양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피부양자로서 인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었기에 일찌감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배우자에 대하여도 간단한 입증과정을 거쳐 피부양자 지위를 부여해 왔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원고가 문의를 거쳐 필요한 서류를 내고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이 완료되었음에도 사후에 원고가 동성배우자인 것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를 취소했다. 이는 명백히 절차적 하자가 있으며 실체적으로도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서 위법한 처분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그러한 국민건강보험의 특수성을 외면한채 원고와 배우자, 나아가 이 소송을 지켜본 수많은 동성부부들을 권리의 사각지대로 남겨두었다. 또한 사법부의 소수자 보호 책무를 방기한 채 입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대리인단은 판결문을 받은 후 분석을 거쳐 즉시 항소를 할 것이다. 선고를 앞두고 2,638명의 시민들이 탄원을 보냈다. 이처럼 이 소송은 단지 원고와 배우자 두 사람만의 싸움이 아닌 모든 이들의 평등을 위한 여정이다. 이 점을 항소 법원은 명심하고 인권과 정의에 기반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