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지만 결혼은 어쩔 수없이 외국에서 하고 온 40대 여성 부부입니다.

동성혼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2013년 5월에 결혼하고, 한국에 귀국하여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 사이트를 통하여 혼인증명서도 국제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살고 있었는데, 우리를 부부로 인정해주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2015년 10월경 캐나다 영주권 신청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캐나다 전문인력 이민 수용 인원이 그 해 다 찼다고 서류가 반송되는 서러움을 겪고 시름시름 앓다보니 1년이 지나 미국 동성결혼 합법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유학 경험이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국 영주권 신청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커밍아웃이 두렵고 이민수속 대행수수료 아끼려 혼자 캐나다 이민 준비했다가 낭패를 보았기에, 미국 이민은 용기를 내어 이민전문 대행업체에 맡겼습니다. 이민 서류 준비 초반에 담당자한테 ‘우리 부부는 캐나다에서 결혼해서 혼인증명서는 있는데 한국에서는 혼인신고 안했다’고 했죠. 파트너가 동성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리면 서로 민망할까 봐 혼인증명서는 최대한 늦게 제출했는데 직원이 편견없이 친절하게 잘 도와줘서 고마웠습니다.

저희 영주권 인터뷰 심사를 맡은 주한미국대사관 영사는 저희 부부가 어떻게 만났고 아이가 있는 지도 물어볼만큼 평범한 부부로 대해줬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는 미국이민국(USCIS)이 캐나다 혼인증명서를 인정해 주었기에 부부가 동시에 미국 영주권 승인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성소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착할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미국 공항 출입국 심사관을 포함하여 은행, Social Security Office, DMV등 관공서 직원 어느 누구도 저희 부부 관계를 의심하거나 불편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부부합산으로 첫 세금 신고도 마쳤습니다. 미국에서라도 일반부부처럼 살 수 있다니 신기하면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가 합법적으로 외국에서 받은 혼인증명서를 한국 정부가 인정해줘서 한국에서도 당당하게 부부로 살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