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애인과 2년째 동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로의 재정상태, 건강상태, 가족관계같은 온갖 개인정보를 알고 있고, 생활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취직과 같은 큰 결정을 같이 내리기도 합니다. 지난 추석에는 애인을 저희 본가에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만약 이성 커플이었다면 사회는 저희를 사실혼 관계라고 인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동성 커플인 저희를 사회에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동거인 뿐입니다.
법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동거인에 불과한 저희는 그 어느 이성커플 못지않게 깊은 애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에는 함께 드라마를 보고 주말에는 알콩달콩 데이트를 합니다. 가끔 집안일에 대해서 언쟁을 하기도 하지만 기념일에는 언제나 서로에게 꽃다발과 편지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가끔 결혼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단꿈을 꾸고는 합니다. 애인이 아니라 부부로 함께 살아가고 늙어갈 날들을 상상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법적인 부부가 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로 마무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가 되고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