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을 환영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 바깥 동성커플에 동등한 권리의 부여 방안 강구하여야”
10월 23일 한겨레21 보도에서 동성부부인 김용민·소성욱씨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동성부부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을 환영한다.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의하여 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으로서 직장가입자의 사실혼·법률혼 배우자가 포함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동성부부가 사실혼 혹은 외국에서의 법률혼 상황에 기반해 피부양자로 등록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알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부부는 한 당사자가 직장가입자인 배우자의 부양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지역가입자로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내다가 2020년 2월 마침내 배우자 지위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사람을 국가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한 건강보험 피부양자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동성부부 역시 사실혼 관계에 기반해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받아 마땅하며, 이러한 공적 인정은 그 자체로 당사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동성부부들은 그간 건강보험 외에도 다수의 배우자 혜택에서 제외되어 왔다. 현재 한국에서 법률혼이 인정되지 않는 동성부부는 실질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배우자 혹은 가족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의료 현장, 사회보장, 직장복지 등 일상에서 부당한 차별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제 10월 22일 ‘동성결합법’을 지지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황의 말은 이 수많은 커플들을 혼인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이들의 권리를 지연시키는 것보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나서서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작년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내 항공사들은 한국 동성부부의 외국혼을 인정하여 가족회원의 지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 공기관, 사기업 등이 법률혼이나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해석으로, 정책이나 내규의 개선으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의 포함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은 무수히 많다.
차별과 배제에 지친 당사자들이 권리를 ‘요청’하게 만들지 말라. 실질적인 권리와 혜택, 상징적인 공적 인정, 어떤 것이든 가능한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당사자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너무나 공허하다.
변화는 정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각 소관부처마다 인정하고 있는 가족과 부부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여 차별을 구제하고 동등한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 이행방안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나중에’라고 하며 어떠한 구제도 하지 않는 동안 당사자들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제도 바깥 동성부부에 대한 동등한 권리의 부여 방안이 하루빨리 다양한 방식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번 피부양자 인정을 시작으로 더욱 많은 동성부부들이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고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0. 10. 23.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