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야기: 저와 애인은 9년차 커플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커플과 다를바 없지만 저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이기때문에 이성커플이 아닙니다. 저희는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주거권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있습니다. 둘이 살고 있지만 전세대출이나 임대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면 혼인을 해야만 순위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혼인은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에 혼인제도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성커플인 지인들은 니네는 혼인신고 가능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차마 이 불완전한 제도에 순응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연애나 결혼은 쉬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한발이 어렵고 미래는 깜깜합니다. 저희 커플을 위해, 앞선 동성커플을 위해 동성혼 법제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합니다. 청년에게 결혼해야 만 제대로 된 집을 내어주는 국가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요즘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년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이후 최근 사는 이야기를 들려 드릴께요. 저와 애인은 무사히(?)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늘 아슬아슬한 게 연애이지만 이상하게 우리를 아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너희는 절대 안 헤어질거 같아”라고 말합니다. “하하 저를 과소평가 하시나봐요. 언제든 새로운 인연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엔진입니다. 연락주세요. ^^”
그 사이 가족 중에 ‘라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너무 슬펐고 오래 아팠는데 지금은 라임이가 보고싶은 만큼 남은 요미, 타인, 무등이, 프린스에게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정말 이더라고요. 저는 정말 라임이를 사랑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미안한 일만 생각나서 속상했어요. 콘딕도 저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때 친구의 부고를 접했어요. 하늘이 무너진다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았습니다. 반년 사이 저는 사랑하는 친구를 둘이나 잃었어요. 라임이와 기홍이 서로 알아보고 같이 놀고있으면 좋겠어요.
불과 1년 사이인데, 많은 일이 있었네요. 콘딕은 그 사이 직장인에서 해고당한 실직자, 대학원생으로 변신했습니다. 전전 직장에서 못 받은 체불임금도 받아냈고 그 비용으로 빚도 갚고, 라식수술로 빛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올 3월 대학원으로 돌아갔어요. 힘든 사회생활보다 더 힘든 콘딕의 대학원생활을 응원해주세요. 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커플 최대의 고민인 ‘주거’는 여전히 난항입니다. 나쁜 집주인을 만나 집세를 5% 인상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임대차보호법을 최대 활용하여 대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용인과 학교/직장이 있는 수원에 올라오는 임대주택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가격과 지리를 따져도 저랑 애인이 비혼인 이상 순위는 저 아래이거나, 청년주택밖에 신청을 못 하지만, 그래도 매번 도전하려고요! 그러다 정말 놓치기 싫은 주택이 올라오면 과감히 혼인신고도 하자고 서로 약속도 했습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결단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집에서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엔진입니다…
부디 이 고민을 끝낼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이 빨리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까짓 혼인신고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2를 단채로 혼인신고를 하기는 정말 싫거든요 ㅠㅠ 다른 퀴어들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한 요즘입니다. 저 소식이 더 궁금하시면 용인으로 놀러오세요~